여야가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공제율을 상향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여야가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경쟁적으로 각종 입법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무산된 K칩스법에도 화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관계자에 따르면 기재위 조세소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방안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포함한 30여 개의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법안 통과 직전까지 갔지만 예산안과 세법 심사가 파행을 겪으며 정부안에서 빠진 내용들을 재추진한다는 취지다.
K칩스법은 반도체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위에서는 R&D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31년 말까지 연장하고 설비 등에 대한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을 5%포인트 상향하는 내용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이미 지난해 세법 심사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반도체 세액공제 일몰(2024년 12월 31일)을 앞두고 열린 세법 심사에서 정부는 3년, 여야는 10년 연장을 주장해 절충안인 5~7년 연장을 두고 논의한 끝에 7년 연장으로 잠정 합의했다. 여야는 통합투자세액 공제 일몰 기한 5년 연장과 현행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인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 20%, 중소기업 30%로 5%포인트 상향하는 것에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통합투자세액 공제율 상향은 무산됐고 R&D, 시설투자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27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상속·증여세법),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세법 심사가 파행을 겪으며 합의한 내용들마저 수정안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가 멈춰 서며 법안 논의가 중지됐다.
K칩스법 논의 재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여야와 정부가 사실상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11일 조세소위에서 합의된다면 13일 전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여당 기재위 관계자도 “이미 여야가 함께 검토한 내용이니 법안 처리를 제안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반도체 세액공제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큰 만큼 K칩스법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 논의와는 별도로 기재위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K칩스법이 먼저 처리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재위는 18일 기획재정부 등을 상대로 한 현안 질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발 관세 충격과 경제성장률 저하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상속세 일괄, 배우자 공제 한도 상향에 대한 내용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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