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개발 충격 이후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730조 원가량 투입되는 초거대 AI 인프라 조성 사업 ‘스타게이트’에 한국 기업이 동참해 ‘한미일 AI 동맹’이 구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리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술 혁신을 이끌어야 할 이공계 우수 인재들은 AI·반도체 분야가 아닌 의대로 몰리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다. AI와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 도입에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반도체특별법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AI 시대에 풀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전력 문제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6배 이상의 많은 전력을 소비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원자력발전 사업에 직접 나설 정도다.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안·서남해안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건설이 환경단체 및 주민들의 반대,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등으로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전력망의 적기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인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이 발의돼 있지만 정쟁 속에 외면되고 있다. 여야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등으로 뒷전으로 밀려났다. 5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덕변전소를 찾아 전력망확충법의 처리를 촉구했고 민주당도 이날 간담회에서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하려면 여야가 말로만 전략산업 지원을 외칠 게 아니라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확충법부터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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