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위협을 받고 있는 파나마 정부가 홍콩계 업체와의 항구 운영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의 5개 항구 중 2곳에 대한 운영권을 보유한 홍콩계 CK허치슨홀딩스의 자회사인 허치슨포트PPC와 계약을 끊을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파나마 측은 결정을 아직 내리진 않았지만 소송 없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계약을 중단할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파나마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이유로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를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K허치슨홀딩스 자회사는 현재 파나마 운하 양 끝단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등 2개 항구를 운영 중이다. 업체는 2021년 파나마 정부와 계약을 연장하면서 2047년까지 운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파나마 간 체결한 운하의 영구적 중립 보장 조약에 어긋난다”며 지난달 20일 취임 전후로 여러 차례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겠다고 주장해왔다. 이달 2일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첫 해외 방문지로 파나마를 찾아 중국 영향력을 줄이지 않을 경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핵심 동맥인 파나마 운하는 미국 동부와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이기도 하다.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중국에게는 서반구로 진출하는 핵심 통로라는 의미를 지닌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 처음 개통됐다.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 및 통제하다가 영구적 중립성 보장 준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1999년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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