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부터 수련을 시작할 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지원율이 8.7%로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이른바 ‘빅5’ 대형 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의정 갈등이 10개월째를 넘어서며 장기화한데다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의료인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한 데 따른 의료계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을 전날 오후 5시 마감한 결과 총 314명이 지원했다. 당초 수련병원들이 모집 공고를 통해 밝힌 채용 규모인 3594명의 8.7%에 그쳤다. 수도권 병원에 지원한 의사 수는 193명, 비수도권은 121명으로 조사됐다.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에는 총 68명이 지원했다. 역시 전체 정원의 8.7%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은 당초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씩 각각 모집하기로 한 바 있다. 수련병원들은 오는 15일에 필기시험을, 17~18일에 면접시험을 치른 후 오는 19일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전공의들은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한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레지던트 모집에서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정원을 기존 5.5대 4.5에서 내년 5대 5로 줄이려 했으나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문을 넓히기 위해 5.5대 5로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4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전체의 8.7%에 불과하다. 병원들은 이번에 복귀 의사가 있던 일부 전공의들 조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원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집회에서 “헌정 질서가 확립되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이 지켜질 때까지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주요 대형 병원들의 인력난은 내년에도 이어지게 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빅5 병원 전체 의사 인력은 2022년 6591명, 2023년 7042명에서 올해 4463명으로 크게 줄었다. 빅5 의사 중 40% 안팎을 차지하던 전공의 비중도 5% 내외로 대폭 떨어졌다.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작년 46.2%로 빅5 병원 중 가장 높았지만 올해 들어 7.5%로 감소했다. 세브란스병원은 40.2%→5.1%, 삼성서울병원은 38.0%→5.2%, 서울아산병원 34.5%→3.2%, 서울성모병원 33.5%→6.4%로 급감했다. 정부가 의료개혁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던 대형 병원의 전공의 비중 목표치인 20% 선보다도 훨씬 낮다.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올 9월 기준 238명이다. 2022년 2437명, 지난해 2742명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각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작년 740명에서 70명으로 줄었으며 지난해 전공의 612명이던 세브란스병원은 49명까지 급감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각각 525명, 578명이었으나 올해는 46명, 35명이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287명에서 38명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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