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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美방산업체에 휘둘리는 韓안보

이현호 정치부 차장





CNN은 2023년 ‘K방산은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6대 방산 수출국 수준에 올라섰으며 자유 진영에서는 미국·프랑스·독일 다음으로 4위를 차지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023년 K방산의 수주 잔액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방산의 성공 이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최근 만난 군 장성 출신의 군사 전문가는 “한국 안보는 미국 방산 업체가 점령하고 있다. 믿지 못하겠으면 한반도 하늘과 바다를 살펴보라”고 했다. 우리 군의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반도 하늘과 바다를 지키는 우리 군의 무기들은 미제 비중이 높다. 미 보잉은 우리 공군이 60대를 도입한 F-15K 전투기와 4대가 실전 배치된 E-737 항공통제기 생산 업체다. 록히드마틴은 F-16 170여 대와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판매했다.



해군 무기 역시 세종대왕급(1만 톤) 구축함에 탑재된 SM-2 대공미사일은 레이시온 제품이다. 특히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설치된 이지스 전투 체계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했다. 원천 기술이 미국에 있어 국산 개발 무기를 장착하는 것도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독자 기술이 고스란히 제공된다.

미제 무기들은 도입 가격은 물론 운영 유지 비용도 비싸다. 그들은 무기를 판매한 후 최소 20년에서 최대 40년가량 소모되는 부품을 공급하고 수리·정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최초 무기 판매가의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다. 심지어 고장이 나면 그 원인을 찾는 과정조차 비용을 청구해 받아간다.

공군과 해군의 미제 무기 편중 현상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한미연합작전 과정에서 무기 체계의 원활한 가동과 정보 공유 등에 필요한 상호 운용성 확보 차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이 우리 군의 무기 도입 사업에서 상호 운용성을 강조하며 자국 무기 구매를 압박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방산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의 상당 부분이 미국 방산 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한 우리는 재주 부리는 곰이 될 뿐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한반도 하늘과 바다의 안보가 미 방산 업체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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