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사회단체에서 공금 횡령 사건이 발생한 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환경단체 운영을 둘러싼 내분까지 발생하며 논란을 가중 시키고 있다.
시민사회 운동가인 김성환 씨는 27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 직원이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금 중 일부를 상습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개했다.
김씨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 A국장이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전체 금액은 1억 원 전후로 추정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23년 3월 신임 이사장이 취임 후 회계 투명성 보장을 위한 조사를 하다 9월께 확인했다.
김성환 씨는 “횡령 금액 전체는 환수 했다고 하지만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주무관청인 울산시에 보고하고 특별감사를 실시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 회원들에게 공지하고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회계 운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 2022년 12월 울산지역 25개 시민단체가 영남알프스케이블카 범시민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조직은 울산환경운동연합의 하부조직이 아닌 독립된 단체다. 그럼에도 모금액 1000여만 원을 관리하기 위한 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고 울산환경운동연합 계좌로 들어갔다. 정산 보고도 없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시민사회단체가 회원들이 내는 회비를 공공의 목적에 투명하게 쓰지 않고 횡령을 하거나 수상한 쪽으로 유용할 때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이미지는 심하게 훼손돼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며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이번 공금횡령 및 유용은 모든 시민사회단체에 악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울산환경운동연합의 사유화, 운영 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김씨의 주장에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상범 사무처장은 소명 자료를 통해 “회계원에 의한 공금 유용사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있어서는 안 되는 회계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질책 받아 마땅한 일이다”고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사회는 공금 유용 의혹을 발견한 이후 즉각 회계원을 직위해제했으며, 조사에 착수해 공금 유용 전모를 확인했다. 또 유용한 금액 전부를 회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밖의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고발’ 의도를 지적했다.
이상범 사무처장은 “김씨는 신불산케이블카반대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사업자의 경비 지원을 받는 일본 케이블카 견학을 추진하다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공동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일본 견학을 다녀와서는 사퇴를 철회한다며 자신이 공동대표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대표 2명이 사퇴하고 일본 견학을 갔으므로 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이상범)이 새로운 공동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회의소집을 추진하자 그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집행위원장 사퇴 요구와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신불산케이블카반대대책위와 울산환경운동연합 운영을 둘러싼 내분을 드러낸 셈이다. 김성환 씨는 공금횡령 사고 당시 이사장이었고 현재 이사장 직무대리인 모씨가 다시 이사장으로 추대해 울산환경운동연합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고, 이상범 사무처장은 김씨가 자신에게 정당하지 않은 사퇴 요구와 폭로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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