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공개된 ‘춘향 영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림 속에서 17세인 춘향이 중성적인 외모와 40∼50대 중년여성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새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들다”며 “특히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춘향 영정 봉안 문제에 대해 다시 객관적이고도 민주적인 공론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남원에서는 영정을 다시 그리거나 90여년 전 최초 영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제93회 춘향제 춘향제향에 앞서 춘향 영정 봉안식을 갖고 새 영정을 전북 남원의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했다.
이 영정은 남원시의 위탁을 받아 남원문화원이 제작을 주도했고 김현철 작가가 가로 94㎝, 세로 173㎝ 크기로 그렸다. 새 영정 제작비용으로 1억7000여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 김 작가는 “새 춘향 영정은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전’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5월 단오일을 맞아 몸단장을 하고 그네를 타기 위해 나오는 17살 안팎의 18세기 여인상을 염두에 두고 그렸다”며 “영정 제작 과정에서 남원소재 여자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7명의 여학생 모습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영정 공개 후 남원 지역사회에선 어렵게 다시 제작한 영장의 모습이 기대와 달리 남원의 가치와 춘향 정신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남원시는 김은호 작가가 1939년 그렸다가 유실돼 1961년 다시 똑같이 제작한 춘향 영정을 사용하다 2020년 9월 철거했다. 김 작가의 친일 행적 때문에 영정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연석회의는 공론조사를 통해 춘향영정 봉안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하고, 춘향사당 왜색 논란 및 춘향제향 변질 논란 등에 대해 학술적 검토를 요청했다.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도 “억지 춘향을 만들어서 춘향정신을 모독하지 말라”며 “춘향이를 새로 예쁘게 그린다는 것은 꽃노리개 춘향을 만들자는 것이다”면서 최초 영정 봉안을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