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동성이 계속 커지고 있어 장기 수익률 제고를 두고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확정기여형(DC) 가입자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은 다양한 상품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직접 투자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명한 퇴직연금 운용 방법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 재료가 좋아야 한다. 각각의 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정보 습득과 공부도 필요하다. 단기간 유행을 타는 음식보다는 오랜 기간 쌓인 노하우와 장인 정신이 깃든 시그니처(대표) 메뉴에서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식을 고를 때는 양호한 재무제표, 경쟁력이 있는 제품, 믿음직한 경영진이 자리 잡은 기업을 고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좋은 재료가 음식 맛의 80%를 좌우하듯 잘 고른 종목이 성과를 좌우한다. 겉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속이 썩어 있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 맛이 부족할 수 있다. 고금리 시대에 튼실한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현금 흐름 창출을 바탕으로 배당을 꾸준히 줄 수 있는가, 이익 성장에 맞춰 배당액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가 여부다.
좋은 품질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좋은 주식을 고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수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퇴직연금의 경우 미래 성장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석을 통한 위험 요인까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기초체력(펀더멘털) 분석을 통해 기업 실적이 좋고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시장 단골집에서 백화점 식품 코너보다 가성비가 훌륭하고 신선한 재료를 살 수도 있다. 기업 내재 가치 분석을 통해 그 주식이 할인돼 거래되는지 할증돼 거래되는지 알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
펀드 상품에 투자할 때는 운용사·펀드매니저의 경험과 역량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하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맛이 다르다. 식재료 조합, 불의 세기, 조리 시간 등을 포함한 조리법을 손맛이라고 하는데 투자에 있어서도 어떤 종목을 얼마나 넣을지, 얼마에 사고팔지 등에 대한 운용사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 투자에 적합한 전략과 변동성 관리의 노하우를 갖춘 운용사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재투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한다면 장인 정신의 맛처럼 시장 순환 주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성과를 보인 운용사를 찾는 게 좋다.
분산투자는 퇴직연금 운용에서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다. 고배당주와 함께 우량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를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다. 채권을 통한 안정적 이자 수익, 고배당,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함께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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