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이 새삼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조직위원장을 선정하지 않고 보류한 지역구 중 65%가 수도권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적임자가 없어 비워뒀다고 한다. 지난 10년 가까이 잇단 선거 패배로 하부 조직이 무너진 수도권 지역이 많아 좋은 인재 영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10년’이 국민의힘에 남긴 상흔이다.
‘잃어버린 10년’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미국은 최강국으로 올라선 반면 영국은 강대국 지위를 잃었다. 국가 채무를 전쟁 전보다 10배로 불어나게 한 데다 선박의 40%를 잃어 국가 경쟁력이 추락했다. 영국에서 1945~1955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대표적 사례다. 재정·무역의 ‘쌍둥이 적자’로 견딜 수 없게 된 미국 주도로 1985년 플라자합의가 체결되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은 당시 240엔 수준에서 불과 1년 만에 150엔대로 내려앉았다. 엔고 불황을 우려한 일본 정부는 5%였던 기준금리를 2.5%까지 낮췄다. 부동산 등에 자금이 몰렸고 버블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9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2001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1%에 그쳤다. 2000년대 들어서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잃어버린 10년’은 ‘잃어버린 20년·30년’이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박근혜·문재인 정부 10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2% 전후까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구조 개혁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에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0%대 ‘제로 성장’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구조 개혁을 서둘러 경제 체질을 바꾸고 기술 초격차 확보와 인재 육성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이 자칫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상한 각오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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