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장단기 금리 차 역전과 경기 침체 논란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전망이 나쁘거나 단기 금리 인상 기대가 높을 때 나타난다. 최근 미국 30년 금리와 5년, 그리고 10년과 2년 국채금리는 역전됐거나 거의 비슷해졌다. 특히 미국 장단기 금리 차이는 강력한 경기 침체의 선행지표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이번 장단기 금리 차 역전, 즉 커브 역전은 금융시장에 어떤 의미일까.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심각한 악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모든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장단기 금리 차는 10년과 연방기금 목표 금리 간 차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경기 침체 모델에는 10년과 3개월 금리 차가 사용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개월 금리의 18개월 포워드 금리와 3개월 금리 간 차이로 정의했다. 다행히 이들 세 가지 장단기 금리 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각기 다른 이유는 만기별로 향후 금리 인상 기대가 다르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3개월 미만의 단기 금리는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를 덜 반영한다. 반면 미국 2년 국채금리는 적어도 내년까지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10년과 2년 금리 차이 역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기 현실에 비해 10년, 2년 금리 차이가 미리 반영된 것이다. 금융시장은 미래를 때로는 과도하게, 때로는 과소 평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역전은 결코 호재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 입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향후 이자 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장기가 아닌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재무 상황은 상당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야기시키지 않는다. 장단기 금리 차이보다 신뢰성 있는 경기 침체 신호는 회사채와의 신용 스프레드, 즉 신용 경색 여부다. 최근 미국 신용 시장은 썩 좋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경기 논란보다 이익 전망이 더 중요하다. 경기 침체가 추후 발생한다고 해도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나 한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매출 성장률도 하락 중이며 유가 등 비용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 등 글로벌 기업 이익 증가율은 한동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속도는 완만하다. 이익 마진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있다. 기업 이익이 나빠질 때는 경기 하강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질 때다.
결론적으로 커브 역전은 긍정적 신호가 아니다. 단지 실제에 비해 금리 인상 우려가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향후 경기 둔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쩌면 향후 6~12개월 내 지금 금융시장이 걱정하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스타일 측면에서의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 확대 국면에서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좋았다. 커브 역전은 인플레이션 수혜가 보다 큰 가치주보다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유효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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