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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이 '57억 아파트' 샀다…그 많은 돈 어디서 났을까

국토부, 전국 고가주택 실거래 상시조사 결과 발표

편법증여·업다운 계약·대출용도 외 유용 등 적발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A 씨는 서울 강남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수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으로부터 7억 원을 조달했다. 미성년자인 B(17) 씨는 서울 아파트를 57억 원에 매입하면서 부모에게 14억 원을 빌렸다. 국토교통부는 A 씨의 경우 법인 자금 유용 및 편법 증여가, B 씨의 경우 편법 증여가 의심된다며 각각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2일 국토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신고된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 7만 6107건 중 선별된 이상 거래 7780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 의심 거래 378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유형별로 보면 △편법증여·법인자금유용 등 2670건(국세청 통보) △계약일 거짓 신고, 업·다운 계약 등 1339건(관할 지자체 통보) △대출 용도 외 유용 등 58건(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 통보) △법인 명의 신탁 위반, 불법 전매 등 6건(경찰청 통보) 등이다.

편법 증여 의심 거래의 경우 전체 연령대 가운데 30대가 12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745건, 50대 이상 493건, 20대 170건 등이다. 가족 등으로부터 10억 원 이상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24건 적발됐다. 부산 아파트를 14억 원에 매수한 5세 어린이는 조부모로부터 5억 원을 편법 증여받은 정황이 적발되기도 했다. 편법 대출은 대출 관련 규정 위반 의심 사례가 은행 31건, 제2금융권 27건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위법 의심 거래가 다수 적발된 곳은 서울 강남구(361건)·서초구(313건)·성동구(222건) 등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기 분당시(209건), 송파구(20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지역들은 전체 주택 거래량 대비 위법 의심 거래 비율도 높았다. 강남구가 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용산구(3.2%) 등이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20대인 C 씨는 부친 지인 소유의 서울 소재 아파트를 11억 원에 사들이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C 씨 부친은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에 합의했다. 국토부는 C 씨가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등 명의 신탁을 의심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강남 아파트를 41억 원에 구입한 D 씨는 본인이 대표인 법인의 자금으로 16억 원을 조달했다. 이는 법인 자금 유용 의심 사례로 국세청에 통보된다. 국세청은 통보 자료를 분석해 탈세 혐의를 확인하면 세무조사를 거쳐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할 방침이다.

E 법인은 부산 소재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수하면서 기업자금대출(운전자금 용도)로 받은 30억 원 중 일부를 사용했다. 국토부는 이를 대출 용도 외 유용으로 의심해 금융위원회에 통보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대출 분석·조사를 통해 유용 확정 시 대출금은 회수된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거래 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이상 거래를 엄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또 법인의 다주택 매수, 미성년자 매수, 부모와 자식 등 특수관계 간 직거래 등에 대한 기획 조사도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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