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사죄한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가 지난 9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89년 8월부터 1991년 11월까지 2년 3개월가량 일본 총리를 지냈으며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가해행위에 관해 사과하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1990년 5월 24일 일본을 방문 중인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대통령 각하를 맞이한 이 기회에 과거의 한 시기 한반도의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행위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괴로움과 슬픔을 체험하신 것에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솔직히 사죄(お?び)하는 마음을 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회담 후 이어진 궁중 만찬에서 아키히토 당시 일왕이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여 본인은 통석(痛惜·매우 슬퍼하고 애석하게 여김)의 염(念·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더불어 한일 양국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그는 2009년 중의원 선거 낙선 후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16선 중의원 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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