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2019년 대비 46만 명이나 늘어난 515만 명이다. 특히 골프 입문 3년이 안 된 골퍼 중 65%는 20~40세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눌린 2040 젊은 층의 해외여행 수요가 골프로 옮아가 부풀었다는 분석이다.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을 벗 삼고 비교적 큰 돈을 들여 특별한 경험을 산다는 데서 이들은 해외여행과 골프의 공통점을 찾는다.
해외여행에 사진이 빠질 수 없듯 이제 골프장에서도 기념 촬영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사진 잘 나오는 코스’를 선호하는 골퍼들의 취향에 발맞춰 아예 ‘포토존’을 설치하는 골프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주 신라CC 남코스 4번 홀의 다른 이름은 포토존 홀이다. 티잉 구역 뒤에서 클럽하우스 쪽을 내려다보면 여주·양평의 자연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프장 측은 이곳에 아예 ‘목전천하’라는 이름의 목조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전망대 인증 샷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막걸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한 적 있는데 준비한 3,000병이 금세 동났다”고 말했다.
용인 해솔리아CC는 하트 조형물로 유명하다. 하트 배경 벤치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고 사진 찍는 게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 됐다. 밤에는 하트 조형물에 핑크색 조명이 켜지고 주변 화단도 형형색색 불빛을 밝혀 관광지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도 ‘사진 맛집’이다. 탁 트인 바다와 우뚝 선 인천대교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는 하늘 코스 11번 홀, 광활한 사막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오션 코스 17번 홀이 특히 인기다. 이 골프장은 전문 사진작가를 초빙해 캐디들에게 촬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포토 스폿이 있는 홀에 가면 캐디가 먼저 “찍어드릴까요”라고 제안한다.
여주 트리니티 클럽을 방문한 골퍼들은 15번 홀(파3)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게 마련이다. 우아하게 굽어진 붉은 다리가 초록의 코스, 맑은 물과 묘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혹자는 트리니티 클럽을 찾는 골퍼들 사이에는 이 다리가 ‘골프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아이콘인 스월컨 브리지처럼 인기 있다고 말한다.
하남의 캐슬렉스 서울GC에서는 인코스로 출발할 때 시계탑이 설치된 전망대 다리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다리 위에서 시계탑을 등지고 사진을 찍으면 잠실 롯데월드타워뿐 아니라 남산까지 훤히 들어와 인증 샷을 부른다. 이 골프장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다리 위에 트릭아트 포토존 설치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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