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발표한 임시 정부 내각에 이슬람 강경파가 대거 포함됐다. 이중에는 미국의 지명수배를 받는 인물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성인권을 탄압해온 탈레반은 내각을 전부 남자로만 채웠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방송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아프간 임시정부는 1990년대 집권 당시와 2001년 이후 20년간 조직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대외적 인지도는 낮으나 탈레반 창설 멤버로 시작해 이전 탈레반 정부의 집권 말기에는 수뇌부에 있었던 인물이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2인자'로 여겨졌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제1 부수반을 맡았다. 국방부 장관엔 창설자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가 내정됐다.
내무부 장관에 지명된 시라주딘 하카니와 난민·송환 장관으로 내정된 칼릴 하카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000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수배해 온 요주의 인물들이다. 시라주딘의 아버지이며 칼릴의 형제인 잘랄루딘 하카니가 창설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테러와 납치를 자행하는 탈레반 연계 조직이다. 미 당국은 하카니 네트워크에 2020년 1월 납치된 이후 소식이 끊긴 미국 민간인 마크 프레릭스가 인질로 잡혀 있다고 보고 있다.
압둘 하크 와시크 정보국장, 물라 누룰라 누르 국경·부족부 장관 등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전력이 있는 4명도 고위직에 포함됐다.
AP통신은 이번 탈레반 내각 인선에 대해 "포용과 중용을 촉구하는 많은 목소리를 거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내각 구성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발표된 3쪽짜리 성명에서도 소수자와 소외계층 보호에 대한 내용은 있었지만 여성의 권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프라밀라 패튼 유엔여성기구 총장 대행은 성명을 내고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한다는 약속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개에 실망과 경악을 표한다"고 말했다.
내각은 또한 탈레반 지도부의 주류인 파슈툰족 출신이 대부분으로 민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은 아울러 과거 집권 당시 가장 논란을 샀던 부처이자 이슬람 법의 극단적인 해석을 집행하는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를 되살렸다.
이런 임시정부 구성은 탈레반이 카불 장악 이후 대외적으로 내보였던 유화적 제스처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탈레반이 아프간의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외국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예산의 최대 80% 가량이 국제사회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카타르에서 거의 매일 인도주의 목적의 물자가 공급된다. CNN은 이번 인선은 외국 정부들의 우려를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과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탈레반이 반대파와 여성, 소수 종교, 소수민족을 어떻게 대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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