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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로터리] ‘이자 농사’, 금융기법을 바꾼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





성경에 다섯 달란트 이야기가 있다. 현대판은 이렇다. 주인이 세 하인에게 다섯, 둘, 하나의 코인을 각각 맡겼다. 한 하인이 다섯 개의 코인으로 장사를 해 또 코인 다섯을 남겼다. 다른 하인도 그리하여 또 두 개를 남겼다. 마지막 하인은 유동성 풀에 코인을 묻어두고 ‘이자 농사’를 해 더 많은 코인을 남겼다. 주인이 돌아와 모든 하인을 다 칭찬했지만 특히 투자를 잘해 큰 이익을 남긴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더 많은 코인을 받은 두 하인은 노동 소득으로, 코인 하나를 받은 하인은 자본소득으로 이익을 얻었다. 노동 소득은 받은 코인의 수에 비례해 이익이 증가한다. 분산 금융에서 자본소득은 코인 수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자 농사는 지난 2020년에 ‘컴파운드파이낸스’라는 분산자율조직(DAO)이 선보인 새로운 금융 기법이다. 코인을 빌려주는 예치자와 코인을 빌리는 차입자에게 모두 보상 이자를 주는 이자 농사라는 ‘신박한’ 발상을 들고 나왔다.

가입자 수가 많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카카오를 성공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아무리 서비스가 뛰어나도 가입자가 없으면 그 서비스는 사라진다. 그래서 가입자를 모으려고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쓴다. 컴파운드는 토큰인 COMP를 보상 이자라는 명목으로 뿌려 가입자를 모았다. 보상 이자를 현금도 아니고 비트코인도 아니고 내재 가치가 전혀 없는 ‘듣보잡’ COMP로 줬다. 이를 두고 봉이 김선달보다 더한 것 아니냐며 기성세대가 혀를 찼다. 그게 기성세대의 한계다.





고객은 무엇인가를 받으면 기뻐한다. 그게 쓰잘머리 없어 보이는 COMP 같은 토큰이든 ‘참 잘했어요’ 스티커든 따지지 않는다. 고객이 알아서 무용하면 버리고 유용하면 챙긴다. COMP는 2021년 7월 31일 현재 하나에 4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경제 원칙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것이다. 컴파운드는 자체적으로 찍어낸 코인을 뿌려 최소 비용으로 영업을 했다. 보상 이자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와 순식간에 분산 금융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고객이 예치한 암호화폐의 가치(TVL)가 88억 달러에 이른다. 컴파운드는 분산 금융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메이커를 제쳤고 TVL 150억 달러의 아베(Aave)에 이은 2위다.

투자자들은 코인 가격이 단기적으로 크게 출렁거려도 괘념치 않는다. 결국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고 팔지 않는다. 코인을 붙들고 있다고 해서 얻을 인센티브가 없다. 그 코인을 유동성 풀에 예치하면 보상 이자라는 자본소득이 인센티브로 주어진다.

보상 이자 말고 약정이자도 있다. 약정이자는 자동으로 결정되므로 선택만 하면 된다. DAO의 예탁 이자는 연리 2.68%, 차입 이자는 4.31%다. 코인을 사고팔 시점에만 집중하며 이자 농사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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