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데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기여가 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보수 정당을 살려내기 위해 '큰 판'을 짰던 김 위원장은 8일 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를 떠난다. 김 위원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국회에 남아 정치적 재기를 모색한다. 그는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거 유세를 자기 일처럼 도왔다.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이번 재보선에서도 격하게 충돌하는 등 순탄하지 못했다. 단일화 국면에서는 서로를 향해 "(안 대표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 "(오세훈) 후보 뒤 상왕"이라고 서로를 비난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다.
포문은 김 위원장이 열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여기에는 '안철수는 정치를 하면 안 될 사람'이라는 김 위원장의 뿌리 깊은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전했다. 단일화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계속해서 밀어냈다. 그의 대선 행보가 정권 교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흔한 공동 유세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에야 비로소 둘은 악수를 했지만, 어색한 기운은 여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떠나면서도 "자강보다 외풍에 치중하는 정당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 당밖 세력인 안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승리의 밑거름을 자처하며 대권 가도의 초석을 놓으려는 안 대표에게도 김 위원장은 여전히 껄끄러운 존재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선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대위 2기 체제이든, 당이 다시 위기에 빠져 재등판을 하든, 바깥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든, 김 위원장은 다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안 대표와도 재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퇴임한 김 위원장을 향해 "수고 참 많이 하셨고, 애쓰셨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감사를 표했다. 안 대표의 '복심'인 이태규 의원은 SNS에서 "이번 승리는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앞으로 노년층·보수층의 결집만으로 정권 교체는 불확실하다"며 국민의당의 기여를 강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야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 국민의 '야심(野心)'을 대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선까지) 11개월 동안 국민을 상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정권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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