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처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미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하기로 한 상태인데 여기에 더해 수사심의위까지 둠으로써 공소권 남용 방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같은 내용을 운영 규칙에 담을 예정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후보자 지명 후부터 여러 차례 “국민들께 권한을 어떻게 돌려드릴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방안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직 이 제도의 명칭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운영 방향은 현재 검찰이 하고 있는 수사심의위 제도와 같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살피고 수사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불법 합병’ 사건,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수사심의위가 열려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는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 시 위원들을 형법 전문 교수,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 위주로 구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비법조계 인사도 수사심의위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한 검찰의 제도와는 다른 점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방안은 공수처를 견제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여론을 감안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공수처에서는 수사부가 수사를 하고 기소 및 불기소 의견을 공소부에 전달하면 공소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도록 내부 통제 장치를 만들었지만 이는 공수처 내부자들 간의 견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견제 장치로 수사심의위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수처는 김 처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언급한 ‘모의재판’ 형식도 검토하고 있다. 김 처장은 서면으로 “영국 중대부정수사처가 외부 변호사들을 불러 하는 ‘모의재판’ 형식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영국 모의재판은 2~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공수처 규모를 감안하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수처 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수사처는 규모가 400명 정규직에 110명 파견 직원들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85명 직원이 전부인 공수처가 장기간 한 사건을 두고 모의재판을 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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