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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솔비, 그림을 소통의 도구로 삼은 이유

권지안 개인전 ‘리얼 리얼리티, 불편한 진실’ 23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려

“세상의 치유를 위해 미술을 하고 싶습니다.“

권지안(솔비)은 2015년부터 음악 하는 솔비와 미술 하는 권지안이 협업하는 ‘셀프-컬래버레이션’이라는 독창적인 작업을 시작하였다. 음악을 퍼포먼스로 캔버스에 그려지게 하는 작업으로 그의 독특한 방식과 아이덴티티를 인정받아 ‘2019대한민국퍼스트 브랜드 대상’에서 ‘아트테이너’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난 13일부터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권지안 개인전 ‘Real Reality’을 개최하고 있는 솔비는 “2010년부터 그림을 그린 뒤로 내가 진지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됐다. ”고 털어놨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나에 대한 확신이 많이 없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떤 걸 잘하는 사람이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진짜 나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2009년 가짜 동영상 사건에 휘말린 솔비는 방송을 중단 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과 피해를 입었다. 그러던 그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건 ‘그림’ 솔비는 그림을 통해 상처를 꺼내며 치유했다. 일기 형태로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식이었다.

2014년 엠에이피크루 이정권 대표를 만난 권지안은 그림의 주제를 개인 너머로 확장하게 된다. 이후 2016년 ‘SNS월드’라는 작품을 하면서 SNS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림의 주제 역시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다.

그렇게 권지안(솔비)의 하이퍼리즘 시리즈 ‘Real Reality’ 전시가 나오게 됐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작업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레드’, ‘블루’, ‘바이올렛’ 시리즈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다.

2017년 제작된 ‘레드’는 상처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한 작품이다. 2017년 5월 KBS 2TV ‘뮤직뱅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해 대중들에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년 뒤인 2018년 제작된 ‘블루’는 ‘계급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권지안은 계급사회를 상징하는 오브제로서 수트를 생각했고, 퍼포먼스로 페인팅 된 캔버스를 재단해 수트 자켓으로 최종 작품을 만들어낸 기발함도 발휘했다.

처음 하이퍼리즘 시리즈 중 ‘레드’ 작업을 한 뒤 1년간 작품을 창고에서 못 꺼냈을 정도.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레드’는 악플이나 가짜뉴스, 루머 등 연예인이기에 때문에 겪는 고통의 감정이 담겼다. 레드 작업을 하면서 투쟁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안 상처 받으면 혼자 숨곤 했는데,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와 상관없이 확산되는 이야기들을 내가 막을 수 없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고통을 작업을 통해 상처를 공유하고 싶었다.”

‘레드’ 작품이 나온 뒤, 대중은 ‘솔비가 아닌 것 같다’는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솔비는 “사실 정말 내 진짜 모습이다. ‘레드’를 통해 나의 진짜 모습과 상처를 대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뮤직뱅크’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도 ‘굳이 왜 동물원의 동물이 되려고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누군가에겐 상처에 대한 공감의 마음이 전달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드’가 투쟁의 느낌이라면, ‘블루’는 계급사회를 보다 기발하게 투영했다. 이번에 선보인 ‘바이올렛’은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권지안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란 점.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며 생기는 ‘멍’을 빗대어 표현한 ‘Violet’(바이올렛)을 통해 대중과 음악적 세계관을 소통하는 전시다.







“‘바이올렛’을 통해 비워진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원초적인 아담과 이브를 정하게 된 것 같다. 아름답게 포장된 사랑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바이올렛‘을 통해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

권지안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이젠 개인의 상처만이 아닌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가수는 ‘관객에게 온전히 맞춰져서 하는 행위라면, 작가로서 퍼포먼스를 할 때 저 스스로를 바라보고 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무한한 정신적인 연습을 한다고 했다.

“가수일때와 퍼포머일 때는 엄청 느낌이 다르다. 퍼포먼스는 저를 바라보고 하는 느낌으로, 저에게 있는 무의식을 믿어야 한다. 제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을 끄집어내야 한다. 저 스스로의 치유만이 아닌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이 잘 전달되었음 한다. 다듬고 좋은 걸 담기 위해 많은 연습을 한다. 그림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에너지이다. 꼭 직접 전시장에 오셔서 기운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

“예술은 막상 마주한 당시에는 ‘이게 뭐야?’ 공감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삶을 살다보면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자극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게 바로 예술, 미술이 가진 힘인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진정성’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저의 세계와 감성을 공유해주셨으면 한다”

솔비 그림은 경매에서 2000만원 이상의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비는 “연예인 솔비라서 높게 평가 받는 게 아닌, 많은 분들이 작가로서 권지안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고 자평했다.

“어떤 분들이 내 그림을 사는지 모른다. 나는 이번에 작업한 작품 가격도 모른다. 확실한 건 연예인 솔비를 보고 그림을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쓰는데, 연예인 솔비가 그린 그림이라고 해서 사진 않을 것같다. 그림을 사는 것은 ‘작가의 삶까지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분들이 작가로서 솔비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권지안. 그는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편견을 스스로 깰 수 있는 나 다운 권지안으로 계속 걸어나가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그동안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도 많이 받고 편견도 많았다. 그걸 뚫고 가는 게 평생 숙제인 것 같다. ‘로마공주’란 수식어등 예능적인 재미있는 모습도 나에게는 장점인 것 같다. 그걸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안에 자아가 많다. 솔비로서 웃음을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전 아직 아티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보단,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다고 말할 수 있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로 남기 위해 열심히 작업을 할 것이고,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저에게 부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지안의 개인전 ‘리얼 리얼리티, 불편한 진실’은 23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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