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여권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유족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새로운 노무현’을 메시지로 노 전 대통령이 틔운 새로운 민주주의의 싹을 이제 결실로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정치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주의는 여전히 존재하고, 색깔론이 횡행하는 가하면, 고성과 막말로 점철된 국회는 정상화가 요원하다. 세월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꽉 막힌 현 정치 현실 탓에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의 정치개혁이 재조명받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2일 “노 전 대통령은 정치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갈등과제에 대해 합의해내는 능력이 안 생기면 국정을 못 푼다는 신념이 강했다”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정치개혁을 필생의 숙제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전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시대정신이 돼버린 정치개혁의 꿈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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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실현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 2004년 총선 직전 노 전 대통령은 프랑스식 동거정부 또는 책임총리제를 검토했다. 총리를 국회의 다수연합이 추천해 내각을 총괄하는 실질적 권한을 주는 방안이었다. 정치환경을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도록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목표였다. 당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국이 요동치면서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2005년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발표해 다시 한번 정치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신년 연설에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며 “연정·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안팎에서 타박만 당했다. 다음 시대의 과제로 넘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거 이후 출판된 ‘운명이다’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1등만 살아남는 소선거구제가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지역대결 구도와 결합해 있는 한, 우리 정치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하에서 정권교체가 이어지다 보니 대치와 갈등은 더 심해졌다”며 “노 전 대통령이 주장한 합의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10주기 추도식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 및 정부, 청와대, 지자체장을 포함해 다른 정당 대표들도 모두 참석한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들의 참석 계획이 없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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