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음란사이트 등 불법 유해사이트 차단을 위해 이전보다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도입한 가운데 이른바 ‘https 차단’에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7일 20만명을 넘었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17일 오전 현재 22만5,000여명이 동의해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답변 요건을 채웠다.
이 청원인은 “해외 사이트에 퍼져있는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 저지, 저작권이 있는 웹툰 등의 보호 목적 등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그렇다고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청원인은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 지도자나 정부가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불법 사이트가 아닌 경우에도 정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불법 사이트로 지정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https 차단’이란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정보 등이 유통되는 해외 유해 사이트를 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도입한 것이다. 새로 도입된 차단 기술은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이다. 정부는 이전에 쓰던 웹사이트 차단 방식이 쉽게 무력화되자 지난해 SNI 필드차단 기술의 도입을 예고했다. 기존 당국이 사용하던 ‘URL 차단’은 보안 프로토콜인 ‘https’를 주소창에 쓰는 방식으로 간단히 뚫리는 등 허점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해 새로운 차단 기술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불법 정보 차단이 목적이라는 정부 설명에도 표현의 자유 위축이나 감청·검열 논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유해 사이트 차단이라는 명목 아래 개인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을 인터넷 검열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찬우박’이라는 이름으로 성(性) 관련 방송을 진행하는 BJ 박찬우(31) 씨는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https 차단정책 반대시위’를 열어 정부가 적용한 새 차단기술에 대해 “중국이나 북한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방식은 https가 암호화되기 직전 잠시 정보가 노출되는 순간을 잡아 차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특정인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정부가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씨는 “정부는 암호화된 정보에서 특정 주소만 빼내 차단하므로 감청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인터넷에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국가가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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