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쟁당국이 반독점 조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데 이어 법적 책임까지 공식 거론하고 나선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당국은 자국 휴대폰 업계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반도체 가격이 비싸다며 엉뚱한 트집을 잡더니 급기야 법적인 책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최대 8조원을 웃도는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니 걱정스럽다. 더 큰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반도체 분야로 번지는 민감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달 1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이는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해 협상의 여지를 넓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 반도체 업계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위협적인 수준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우리의 고급인력을 빼가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산업스파이로 몰아붙이는 등 중국에 대한 맞대응 보복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중국이 막무가내로 반독점의 칼날을 휘두르거나 최악의 경우 미국은 빠지고 우리만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내부적으로 철저한 규범을 만들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앞세워 중국 경쟁당국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처리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 업체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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