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 등으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1일 내려진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병역 불이행이라는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4년 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오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핵심 쟁점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종교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인정되는지다. 통상 질병과 같은 사유는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 여기에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고, 그 권리가 병역의무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 즉, 오씨와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거부 사유로 내세운 ‘양심의 자유’나 ‘행복추구권’, ‘인간의 존엄권’ 등이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이 내세운 권리가 병역의무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2004년과 사정이 다르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함께 내놓은 권고의견이 변수다.
당시 헌재는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입영거부 또는 소집 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병역거부자 측에서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위헌적 상황에서는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운 양심의 자유가 더욱 두텁게 보호돼야 하므로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로 인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오씨와 같은 병역거부자들에게 ‘적법행위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능성’이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이들에게 과연 불법적인 선택 외에는 대안이 없었는지를 대법원이 따진다. 형법은 법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시 불법을 행한자에게 ‘형사처벌에 대한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 처벌하지 않는다.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맥락이다.
2004년 판결에서는 “양심의 결정이 적법행위로 나아갈 동기 형성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이지만, 적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병역거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다.
14년 만에 다시 이 사안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두 쟁점에 대해 이전과 다른 판단을 내려 무죄를 인정할지, 기존 판례를 유지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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