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일 현재 처벌 조항이 ‘대체복무제 도입과 무관하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앞선 헌법재판소의 결정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새로운 판례인 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가운데 8명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처벌 여부가 ‘별개’라는 판단을 별도로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 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며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3개월여 전 헌재가 병역 종류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처벌 조항과 관련해 내놓은 일종의 ‘권고 의견’에 대해 선을 긋는 것처럼 보인다.
헌재 결정 당시 처벌 조항에 합헌 의견을 낸 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에 위반되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역종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면 법원도 더는 처벌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처벌 여부가 아닌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만큼, 이는 ‘대체복무제가 없다 보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아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 처벌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반면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처벌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즉 ‘대체복무제가 있든 없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언급은 헌재 결정 당시 김창종 재판관이 처벌 조항의 위헌소원·위헌제청을 각하해야 한다고 밝힌 의견에 대한 답변처럼 보인다. 당시 김 재판관은 각급 법원이 낸 위헌제청에 대해 “법원들은 양심의 결정에 따른 입영거부가 처벌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위헌제청을 하지 않더라도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합헌적 법률해석의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위헌제청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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