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1일 수도권에 330만㎡ 규모의 신도시 4∼5곳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8·2 대책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요 억제에 주력하면서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투기적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시행한 양도소득세 강화 등 규제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대책 등이 주택 매물을 부족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때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은 충분하고 오히려 수도권의 입주물량 폭증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강남에서 강북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서울 근교로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국토부는 향후 연간 수도권 주택 물량은 서울에서 7만2,000호, 경기 과밀억제권역에서 7만4,000호 등 14만6,000호가 나올 예정이어서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9·13 대책을 앞두고는 주택공급을 주요 대책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국토부는 오늘 서울과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 사이에 330만㎡ 이상 대규모 신도시 4∼5곳을 조성한다는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앞서 이날 대책 발표 직전까지 강남권 주요 입지에 택지를 확보하려고 서울 서초 우면·내곡, 강남 세곡, 송파 오금동 등 서울 주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기 위해 서울시와 치열한 기싸움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방엔에는 서울시의 반대에 결국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신 서울 시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 3만5,000호 공급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가 신도시 카드를 내보인 것은 이날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유휴부지를 활용한 택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문화시설, 공원 등으로 만들길 희망하고 있어 주택공급에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세다.
성동구치소 부지만 해도 당초 복합문화시설이 건립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주택공급이 거론되자 해당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에는 목동과 잠실 유수지 등에 행복주택을 추진하다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백지화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서 신규 주택과 함께 문화·상업 기능을 더하는 복합개발을 추진하면 투기 수요를 불러모아 또다시 집값 과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철도부지나 역세권에도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철도부지 등은 준비 작업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이번 정권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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