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13일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녀가 다니던 유치원을 어떤 잘못도 없이 불의의 사고로 잃은 학부모들은 “우리가 죄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 약 40명은 이날 오전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항의차 방문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유는 “아이를 잃을 뻔한 죄인이 된 심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젖먹이와 함께 왔다.
학부모들은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참사 피해 유아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체 붕괴하고 있는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켜 죽음의 위기에 빠뜨렸다”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죄인”이라고 자책했다.
이들은 “당국의 무사태평주의와 복지부동으로 아이들 생명이 처참하게 위협받았다”면서 “사고 이후에도 당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논의하겠다. 협의하겠다’는 대답만 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사고로 자녀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라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이 무너지는 소리를 직접 들은 아이도 있다”면서 “아이들이 악몽을 꾸고 매일 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향후 유치원 운영계획·대책 수립과 학부모와 서울시교육청, 동작구청이 참여하는 ‘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또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해 18일 정오까지 서면으로 답을 달라고 데드라인을 명시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도 요구해 조 교육감을 만났다. 30여 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탁상행정을 계속 지적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상도초등학교에 임시로 마련된 유치원 공간에 급식시설이 없어 유치원생들은 외부에서 사 온 음식을 먹고 있다. 교사들은 머물 공간이 없어 수업이 없을 때는 학교 벤치에서 쉬고 식사는 바닥에서 하는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한시적으로라도 교사충원이 필요하다”면서 “충원요구에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교육청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옆에 있던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보조교사는 바로 (지원이) 될 텐데”라고 물었다. 학부모들 요구가 교육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학부모는 서울상도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많은 신상도초등학교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상도초에서도 사고현장이 보이고 다녔던 유치원이 붕괴된 것에 아이들이 많이 놀랐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기존 (서울상도유치원에서 받은) 공립유치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학부모와 동작구청과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학부모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모든 과정을 숨기지 않고 학부모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제가 만나러 가려 했는데 (학부모들이) 오셨다”고 말했다가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교육감이 전날 학부모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통보한 시각이 이날 오후 5시 30분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늦게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 후라 학부모들이 교육감을 만나러 가기 어렵다.
학부모들은 “교육청 측이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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