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기 주택시장의 흐름이 심상찮다. 시장 위축 우려는 사라지고 오히려 과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값은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집값 상승세는 강북권을 지나 최근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5년 내내 치솟는 집값에 발목이 잡혔던 참여정부의 트라우마가 문재인 정부에서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들의 강세는 참여정부 초기 상황과 비슷하다. 올해 말로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각 단지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값이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첫해였던 지난 2003년 당시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전국 아파트 값이 평균 13%나 급등했던 것과 흡사하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연내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가능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에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며 “규제가 강화되면 강남권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강동(1.28%)·송파(0.68%) 등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며 서울 아파트 값이 0.30% 뛰었다. 지난주(0.24%)보다 가격상승폭을 키우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강북권은 물론 고양 삼송지구 등 수도권과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세종시 집값도 들썩일 기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이번주 0.61%나 뛰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의 경우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등 지역별 양극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지만 현재까지 시장은 ‘규제 우려’라는 악재보다 국지적으로 개별 지역의 주택 수급, 개발 호재 등에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주택정책이 보다 정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과거 참여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개별 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참여정부 당시와 지금은 시장 상황이 크게 변했다”며 “정부의 주택정책도 인구 감소, 노령화 등 보다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두환·노희영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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