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적인 유가 하락세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흥행 성공을 위해 파격적인 감세 카드를 꺼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미국의 증산을 유가 불안요소로 꼽지만 더 위험한 것은 중국 수요”라며 “중국의 수요둔화는 원유시장에 강력한 한방(punch)을 날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증산과 감산 회의감, 재고 증가 등으로 흔들려 온 원유 시장에 중국발 수요둔화가 더해질 경우 유가는 추세적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12%가량 하락하며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부(EIA)에 따르면 중국 원유 수요는 지난해 6월 이후 연말까지 3억2,000만~3억3,000만배럴 범위를 맴돌며 정체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원유 수요가 지난해 말 정점을 찍은 뒤 올해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WSJ는 “지난주 중국 중앙은행이 5,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달 신규 원유주문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추세는 불안한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사이클이 2007년부터 2013년 중반까지 가파른 원유 수요 증가세를 실현하다 급락한 과거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2013년 말 중국의 원유 수요둔화는 유가폭락의 전초가 됐다. 월 평균 3억 배럴을 돌파한 중국의 원유 수요량은 고유가, 부채 증가로 자국 경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2013년 말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에 돌입하고 산유국들이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한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원유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2014년 7월 당시 배럴당 90달러선을 웃돌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8개월 뒤인 2016년 1월 3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사우디 등 주요 생산국들은 감산 의지를 표명하며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려 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지난주 말 석유수출기구(OPEC) 감산합의 감시위원회는 “OPEC 회원국들이 약속한 하루 120만배럴 생산량 감축을 지켜야 한다”고 산유국들을 압박했고 산유국 장관들은 4월에 열리는 OPEC 회의에서 감산 조치를 6개월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주말 후 첫 거래일인 27일 WTI는 전날 대비 0.5% 더 내렸다.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OPEC과 비OPEC 간 불협화음이 생길 가능성 등이 내림세를 주도했다. 시카고의 한 브로커는 “감산 이행이 얼마나 어려운지 감산합의 위원회도 깨달았을 것”이라며 “원유시장이 약세장(bearish)을 이어가고 유가는 4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으로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 빨간불이 켜지자 사우디 정부는 ‘통 큰’ 감세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석유사업 소득에 부과하던 세율을 85%에서 50%로 대폭 낮춰 해외 투자가들을 유인하기로 한 것이다. 감세 혜택은 올해 1월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아람코는 매출액의 20%를 사우디 왕가에 납부하고 소득의 85%를 세금으로 내 투자자들의 불만을 샀다. 모하메드 알자단 사우디 금융장관은 “이번 세금 감면으로 사우디가 투자가들의 글로벌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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