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종 변론을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까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별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외부 요소인 기회(opportunity), 위험(threat) 등 이른바 ‘SWOT’ 분석을 통해 대선주자를 비교했다.
◇호불호 갈리는 문재인, 탄핵 인용 후 대세론 유지할 수 있나=문 전 대표는 1위 주자답게 가장 많은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중도·보수층의 비토(Veto) 세력도 존재한다. 문 전 대표 측은 “부정의 힘이 긍정의 힘을 이길 수 없다”며 핵심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내 경선을 여유 있게 돌파하고 대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또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거치며 국정에 대한 이해도가 앞서고 지난 대선을 거치며 연설·토론 등의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점은 문재인 캠프 자신감의 원천이다.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다른 주자가 문 전 대표를 앞지를 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은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문 전 대표는 진보 성향의 이재명 성남시장과 중도 성향의 안희정 충남지사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후보 간 비방전을 방어해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단 탄핵 인용 이후 본격적인 대선국면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집중적인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개헌을 연결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반문연대와의 일전에서 밀리거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른다면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하락세 안희정, 통합 내세우며 예선 통과 가능하나=소폭이기는 하지만 ‘선의’ 발언 논란으로 안 지사의 상승세는 꺾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 지사가 야권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 지사의 강점은 중도 보수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야권의 유일한 후보라는 점이다. 문제는 야권 지지층이 탄핵 이후 정권교체의 열망을 안 지사에게 얼마만큼 투영하는지 여부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문 전 대표에 비해 상당한 열세를 극복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안 지사 측은 탄핵 인용 이후 국민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안 지사가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도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면 문 전 대표보다는 더 젊고 여권 지지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안 지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안 지사에게는 희망을 걸어볼 대목이다. 단 보수 일각에서 예고한 대로 탄핵 인용 이후 ‘불복’을 선언하고 진보 대 보수의 ‘강대강’ 대결 구도로 흘러간다면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안 지사에게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열성 지지층에 예선 통과 희망 걸어=‘사이다 발언’으로 단숨에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이 시장에게는 가장 열성적인 지지층이 있다. 규모는 문 전 대표에 비해 적지만 경선 참여율이나 이 시장의 정책을 홍보하는 열의에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원시원한 대중 화법을 보유한 이 시장이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가장 부각될 수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 경선 과정에서 돌풍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시장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이 시장은 상승세에 진입했다. 특검 연장 불발에 따라 또다시 여권에 대한 깊은 염증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이 가장 선명한 기조를 밝히며 안 지사를 앞설 상황이 조성됐다는 시각도 있다. 1차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 투표를 막고 안 지사에 앞선 2위로 경선을 마무리해 결선투표에 돌입한다면 이 시장이 결선투표에서 승부수를 띄울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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