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잔뜩 움츠렸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매각이 예정된 대형 매물들이 설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입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도 매각이 무산된 매물들까지 다시 시장에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사진)’ 입찰이 올 1·4분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매각 자문사가 매수 후보자들에게 요약투자설명서를 돌렸으며 이르면 2월 중에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연 면적이 9만9,991㎡에 달하는 초대형 매물인 시그니처타워의 총 매각가는 7,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을지로에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들이 대거 대기하고 있다.
우선 하나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유안타증권 을지로 사옥’은 2월 말에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임차인 리스크가 크지 않고 위치가 좋아 시장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매각가는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을지로 사옥 바로 옆에 위치한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도 올 상반기에 매각이 진행된다. 당초 입찰 예정일은 3월6일이었으나 매각 측에서 국내외 경기 상황 등을 이유로 5월23일로 입찰일을 변경했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최대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하나은행 을지별관’도 다시 한 번 공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을지별관은 지난해 11월 네 번째 공매(최저 입찰가 1,006억원)를 실시했으나 유찰됐다. 또 지난해 삼성SRA자산운용을 우협으로 정했으나 매각이 무산된 ‘씨티센터타워’도 다시 한 번 매수자를 찾을 예정이다. 삼성SRA는 3.3㎡당 2,300만원의 가격을 제시했으나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자를 모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마스턴투자운용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단,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중반 2% 후반~3% 초반이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3.5% 이상으로 치솟은 데다최근 코어(core) 빌딩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어 빌딩의 경우 한국의 경기 상황과 공실 리스크에 비해 전반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서 코어 빌딩의 거래는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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