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의 잠룡 가운데 한 명인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3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대선후보 경선 구도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2파전으로 사실상 압축됐다. 당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으로 들어와 경선하는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반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루면서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입장은 이미 물건너 간 게 아니냐”며 “당내 경선은 유(승민)와 남(경필)과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선 전 개헌추진과 이를 위한 개헌추집협의체를 각 정당에 제안하는 등 개헌연대를 매개로 독자세력화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반 전 총장 역시 “저의 정치 진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정 정당의) 입당이나 창당 여부 등은 빠른 시일 내에 결단 내리겠다”고 말했다. 입당을 결심했다면 설 연휴 직후인 이날 간담회 자리를 빌어 공개하는 게 타이밍상 적절했는데, 그렇지 않고 다시 뜸을 들이는 것은 독자세력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0일 반 전 총장과 회동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반 전 총장은 신당 창당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됐지만 오 전 시장은 지난 13일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이날 개헌연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바른정당의 김무성 의원 등 개헌파들의 영입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바른정당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찾은 김무성 의원은 “선거 때마다 연대는 있는 것이다. 친박, 친문을 제외한 세력, 그리고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헌을 고리로 연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반 전 총장도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제가 영입을 교섭할 수 있는 데 안했다. 반기문 신당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순서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과는 별개로 반 전 총장과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 의원측도 범보수 단일화 추진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유 의원은 지난 30일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보수 후보로 단일화 노력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다”며 ‘단일 보수후보론’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가 나아갈 큰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의원측 관계자는 “당내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결정되면, 이를 토대로 범보수 단일후보를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과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는 남 지사는 ‘단일 보수후보론’에 대해 “우리를 보수 진영 안에 가둬놓는 것은 스스로 생각과 정책을 가두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걸 뛰어넘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바른신당의 경선은 일단 ‘문 전 대표를 이길 후보가 누구냐’를 놓고 유 의원과 남 지사가 정면으로 격돌하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