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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 된 경복궁 일대…똘똘 뭉친 뜨거운 '시민愛'

100만인 모인 현장 속...시민들 뜨거운 ‘정’ 확인

12일 서울 한복판이 100만 시민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광화문 광장은 이날 새벽부터 제주·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로 오전부터 북적였으며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광화문 일대는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다섯 갈래로 흩어졌던 행렬은 오후 6시쯤 청와대 앞 경복궁 사거리에 멈춰섰고, 시민들은 청와대를 둘러싼 차벽 앞에서 주최측이 준비한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50만, 60만, 80만, 100만명. 계속해서 늘어가는 집회 참가자 수에 따라 현장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현장은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시민들의 모습이 빛을 발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시민은 경찰과 대치 중인 시민들을 위해 자루에 초콜릿 바를 담으며 함성을 지르고 있는 시민들에게 직접 나눠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시민은 “계속 이렇게 함성을 지르면 당이 떨어져서 힘들거든요. 이거 먹고 힘내서 더 크게 소리질러야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시민들은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시민들을 위해 직접 초코바를 샀다는 시민이 흰 자루에 족히 100개는 넘어보이는 핫브레이크를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정수현기자




시민들의 안전을 직접 챙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차벽이 설치된 경복궁 사거리가 시민들로 가득 차 앞이 안보이자 일부 시민들은 일반인 키의 약 두배가 넘어보이는 환풍구로 올라갔다. 자칫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환풍구를 둘러싸고 현장을 지켜보자 한 시민은 “여기 아래가 30m가 넘습니다. 다들 안전 조심하세요”라며 계속해서 철창에 발을 대는 시민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안전을 경고했다. 조금 높은 담으로 시민들이 올라가려고 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양 손과 신발을 잡아주며 시민이 안전하게 담에 올라갈 수 있도록 자연스레 손이 모여졌다.

일반인 키의 2배가 넘는 환풍구 담장에 올라가 시민들이 현장을 지켜보자 일부 시민들이 계속해서 시민들의 안전을 경고하며 주변을 지키며 서있다. /정수현기자


경복궁 사거리에 한 시민이 곳곳에서 추위에 떨 시민들을 위해 커피와 코코아를 준비하고 있다. 물을 끓이기 위해 빈 냄비에 생수를 붓고 있다. /정수현기자


한 고등학생이 주최 측이 준비한 버스 위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가던 중 목소리를 떨자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인천에서 온 고등학교 1학년 우성훈 학생이 “평소라면 본분에 맞게 공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 정의가 무너진 지금 저는 이 곳에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순실의 권력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바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겁니다. 바로 권력은 국민들이 쥐어주는 것인데 어떻게 우리들의 허락 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그 권력을 양도한 겁니까? 우리를 무시한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퇴진해야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우 학생은 발언을 이어가던 도중 떨리는 마음에 잠시 기침을 하며 발언을 멈췄고, 이에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학생의 발언을 응원했다. 학생은 “제가 떨려서 그러는데 감사합니다. 계속 말하겠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당신이 정국을 다시 붙잡는다고 해도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처음부터 비전은 있었던 것입니까?”라고 자신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발언을 이었다. 이에 시민들은 “사회 정의를 되찾자! 고등학생이 이렇게 외치는데 안 들리느냐!”라고 함께 함성을 질렀다.

시위에 참여한 아버지를 따라 목마를 탄 한 아이는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똘망한 눈으로 함성소리가 울려퍼지는 시민들을 유심히 살폈다. 목이 아픈 아버지가 아이에게 “그만 내려올까?”했지만 아이가 계속해서 보고 싶다고 하자 옆에 있는 다른 어른이 아이를 다시 받아 목마를 태워주기도 했다.



목마를 타고 시민들로 가득 찬 경복궁 사거리를 집중해서 지켜보는 한 아이의 모습 /정수현기자


심지가 거의 녹은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타오르는 종이컵 촛불. /정수현기자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집회를 넘어서 2000년대 최대 규모 집회로 이름을 올리게 된 11·12 민중총궐기. 서로 손 잡아주고, 다치지 않게 이끌어주며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장면들은 시민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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