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 중 하나인 ‘해방촌 신흥시장’의 임대료가 6년간 동결된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현상) 방지를 위해 임대료 동결 합의에 이른 것은 서울 시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로, 신촌·홍대·합정 등 나머지 도시재생 선도지역의 논의도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다.
서울시는 해방촌 신흥시장 내 건물·토지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 전원 동의하에 임대료를 6년간 동결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건물 소유주와 임차인 등은 서울시·용산구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중점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을 10일 체결한다.
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인정하는 임차권리 보장기간 5년, 보증금 인상률 최대 9%(4억원 이하) 보다 임차인 보호가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투기 세력 개입으로 몇 배 이상의 가격 폭등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물가상승률 3∼4% 반영을 전제한 임대료 조정은 사실상 동결에 가깝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이번 협약으로 현재 임차인들은 임대료 상승에 대한 큰 부담 없이 계약일 기준으로 6년간 영업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은 아니지만, 소유주·임차인 개개인의 의견이 더해져 ‘만장일치’로 동의한 사안이니만큼, 후에 혹 분쟁이 발생하면 임차인에게 큰 명분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소유주, 상인, 용산구 등이 함께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려 이번 협약이 잘 이행되는지 모니터링한다.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소속 마을변호사와 세무사, 구청 법률자문단이 협약으로 인한 이해관계자간 갈등이나 법적 다툼을 방지하고 중재도 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의 경우 임대료 조정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공감은 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대적 합의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 선례를 발판 삼아 임대료 동결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해방촌 신흥시장 임대료 동결에 적극 나선 데는 신흥시장 임차인 대부분은 최근 1∼2년 새 둥지를 튼 청년예술가 등 젊은 창업인이고, 무엇보다 서울시가 도시 미관 개선 등 도시재생 사업 명목으로 막대한 공공재를 투입하는 만큼 임대료 급등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켜 정작 지역을 살리는 데 공헌한 임차인 등 주민들이 쫓겨나고 건물·토지 소유주만 큰 이득을 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지역 주민들이 도시재생 상생 가치에 동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신흥시장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모범적으로 실현한 도시재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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