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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지티브 규제는 4차 산업혁명 하지 말자는 것"

요즘 가상현실(VR) 벤처기업들은 밀려드는 정책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때아닌 비명을 지르고 있다. 관련부처에서 VR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마땅한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개발작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으면서도 유행에 따라 즉흥적으로 기술과제를 제시하고 자금을 쏟아붓는 개발연대식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산업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정책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경제신문이 22일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빅데이터…한국의 현주소는’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미래컨퍼런스2016’에서 전문가들은 경직된 사회구조와 퇴행적 규제 관행이 4차 산업혁명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시장의 역동성을 거스르고 해답을 제시하려 든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도 “빅데이터의 경쟁력을 키우자면 파격적인 정보개방이 중요하다”며 “현행 규제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자면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누구나 자유롭게 미래 신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개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시장 파괴를 이끌어 내는 신기술이나 신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이사장이 “네거티브 데이터 정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단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정부 역할이 개척자가 아니라 승자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촉진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수많은 칸막이를 허물어 혁신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학습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모두에게 던져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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