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충실히 사고 처리를 했지만 동승자를 운전자라고 속이면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 최모(49)씨는 지난해 11월 5일 새벽 경기도 구리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A씨의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최씨는 사고 직후 자신의 차에 동승하고 있던 B씨와 함께 A씨의 부상 여부를 확인한 뒤 보험회사에 사고 처리를 접수하고 경찰에도 연락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최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이에 B씨는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하자”고 제안해 최씨는 잠시 사고 현장을 떠났다. 최씨는 30분 뒤 돌아와 A씨가 병원에 이송될 때까지 사고 처리를 도운 뒤 귀가했다.
경찰은 사고와 관련해 자신이 운전했다 주장하는 B씨를 조사하던 중 사고 처리 과정을 수상히 여겨 B씨를 추궁해 B씨로부터 “최씨가 운전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최씨 역시 다음날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운전했다는 사실을 시인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도주차량(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뺑소니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거나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제거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한 때를 말한다”며 “피고인이 운전 사실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사고를 처리했고 음주 운전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음주 수치는 최씨가 사고 하루 뒤 조사를 받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19일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최씨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 조치에는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에 관계있는 자에게 사고 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며 “피고인은 사고 처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동승자가 운전자 행세를 하게 한 점은 도주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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