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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출신 사장님과 북쪽 청년 3명, 남쪽 청년 2명의 직원이 꾸려가는 카페. 남과 북의 대화 방식부터 달라 생기는 오해와 갈등으로 제대로 카페가 운영될지 걱정이 많았지만 시간이 해결책이었다. 서로 섞이고 얘기하면서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했다. 새터민 자립을 위해 카페 '요벨'을 창업한 박요셉(35) 대표는 "남쪽·북쪽 상관없이 어울려 지내니 자연스럽게 통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에게 카페 요벨은 새터민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한 비즈니스모델이자 남북한이 공존하는 작은 통일 모델이다.
박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페 사업을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경제 공동체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요벨은 지난 2014년 말 경기 용인에 1호점 '카페 레드체리', 지난해 6월 서울 한남동에 2호점 '스페이스 요벨'을 냈다. 두 점포 모두 IBK기업은행 건물에 입점해 있다. 박 대표는 2014년 새터민 안착에 관심을 가졌던 기업은행에 탈북자 창업 지원 사업 모델을 제안해 실행에 옮겼다.
"통일 준비에 대한 여론과 열망이 부푼 시기였지만 정작 몇몇 공공기관과 금융기업들은 새터민 정착 사업 제안에 무관심했어요. 몇 차례 쓴맛을 본 후에야 기업은행의 도움을 받았어요. 기업과 탈북민이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는 유일한 사례인 셈이죠."
함경도 출신인 그는 1999년 중국으로 탈북했다. 북에서 지방에 물건을 대주는 봇짐 장사를 더 키워볼 요량으로 홀로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불안한 불법체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5년 만에 동남아로 갔고 다시 1년 후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가 자립 모델을 고민하는 것은 2004년 입국 후 새터민의 열악한 삶을 목격하고부터다. 직접 국회에 찾아가 매년 새터민 자립 지원 예산만 1,1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충격은 더 컸다. 그는 "새터민 스스로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이 아무리 많은들 밑 빠진 독이란 것을 깨달았다"며 "고용 차별 등 아직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점도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벨은 사내 카페 방식으로 운영돼 매출 신장은 제한적이다. 기업은행이 건물 한편을 5년간 무상 임대해주고 카페는 사원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한 공간에서 일한 지 이제 1년이 됐는데 카페 직원들을 한 가족처럼 대해준다"며 "안정적인 근무 공간을 만들어준 것에 감사하지만 자립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해 새해 로드카페(도로변 점포)를 1곳 이상 새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요벨의 사회적기업 등록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자립을 꿈꾸는 새터민뿐 아니라 취업난으로 힘든 남한 청년들과도 뜻을 함께할 생각"이라며 "남북한 청년이 어울려 자립의 힘을 키운다면 사회에 대단한 충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신선한 자극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아온 북한 주민에 대한 사회 정서와 인식이 몇 년 안에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새해에는 새터민들이 자립하도록 그들을 품는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이 한발 더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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