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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황홀한 조명에 눈부셔도 / '이곳'은 깜깜한 굴속이야 / 무대엔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들 / '이곳'은 답답한 굴속~" (뮤지컬 '오케피' 中)
깜깜하고 답답한 굴속인 '이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뮤지컬 무대 아래 연주자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 이른바 '오케피'다.
뮤지컬은 2시간 가까이 때론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라이브로 펼쳐지는 공연예술이다. '삑사리'라 불리는 음 이탈도, '씹기'라고도 하는 대사 실수도 "다시 할게요"란 말로 되돌릴 수 없다. 공연 내내 긴장을 안고 무대에 오를 배우의 수고를 알기에 관객은 배우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감동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뜨거운 갈채는 무대 아래 오케피로도 향한다. 녹음 반주(MR)를 사용하는 경우를 빼고 대부분 뮤지컬엔 음악 연주자 팀인 오케스트라가 있다. 이들의 공간인 오케피는 객석과 무대 사이 움푹 파인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지휘자의 뒤통수 정도만 볼 수 있을 뿐 연주자 개개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시카고'처럼 오케피를 무대 위 중앙에 세우거나 '원스'처럼 별도의 오케스트라 없이 배우 전원이 악기를 연주하는 작품도 있지만, 다수 뮤지컬은 연주자 공간을 무대 아래에 둔다.
이 '깜깜한 굴속'에 있다 보면 진땀 나는 돌발상황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고. "배우가 자기 컨디션 안 좋다고 키(음높이)를 갑자기 낮추거나 약속되지 않은 애드리브를 해 반주 속도가 바뀌는 일이 있어요." "장비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던 시절 특수 효과에 사용된 스모그가 내려앉아 악보를 가리기도 했죠." 악기 보호를 위해 추운 날 난방기를, 더운 날 냉방기를 가동할 수 없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서로의 악기는 물론 배우와 호흡을 유지하며 공연을 끌어가는 오케스트라가 대단할 뿐이다.
눈과 귀 모두 행복한 공연을 감상했다면 잊지 마시라. 객석에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오케피 속엔 매일 최고의 선율을 뽑아내는 '또 다른 라이브 스타'가 있다는 사실을.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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