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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7월 7일] 섣부른 처방이 혼란 키운다
입력2009-07-06 17:51:12
수정
2009.07.06 17: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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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7월 7일] 말이 앞선 처방은 혼란 키운다
이용택(부동산부장) ytlee@sed.co.kr
지금 정책 결정자들의 행동과 그들의 조직시스템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말로 다 하고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튀어 오르고 있는 집값에 대한 발언과 대책만 봐도 그렇다.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필요하면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는 물론이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가 LTV와 DTI의 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이 바뀌었다. 또 지역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가 아파트가격이 들썩이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선별 규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물론 시장에 대한 경고성 발언일 수 있다. 그 경고만으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양상이, 미니 버블조짐을 보이는 일부지역 집값이 잡힐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게 움직였다. 집을 사겠다고 계약을 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출문의를 하지 않아도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2~3군데의 은행이 달라붙는다. 곧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이뤄져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니 빨리 대출을 받으라는 게 요지다. 규제 전에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는 사람도 많았다. 의도와 달리 시장은 반대로 달렸다.
지난 2006년 얘기다. 당시 총량규제를 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다. 총량규제 지시에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창구 혼란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말을 바꾼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대출총량제는 금융통화위원회만이 취할 수 있는 일종의 특단 조치인데 이것이 창구지도 형식으로 취해질 경우 월권문제 등 나중에 시비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그래서 그런지 6일 발표된 금감원 대책에서 총량규제 내용은 빠졌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 만기 10년 이하의 아파트 담보대출과 만기 10년을 초과하면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담보대출 LTV의 비율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는 게 골자다. 섣불리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돈을 옥죄면 간신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경기가 죽을까 우려한 고충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한달여 동안 말만 무성해 시장 혼란만 키웠다. 면밀한 진단을 먼저 하고 대책은 즉각 나왔어야 했다. 이미 강남3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중과 폐지안 취소와 감세 논쟁 등의 혼란을 겪었다.
부동산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비정규직법 개선안과 사교육 대책을 둘러싼 행태는 조직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 충분한 당위론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전 준비와 조율이 미흡해 오히려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미약한 근거로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100만명 실업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역공을 받는 모습은 어이없기까지 하다.
야당과 바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확한 통계와 진단을 근거로 설득을 했어야 마땅하다. 동시에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고 해고하는 사용자에 대해 어떠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지도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 단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자 논리만 옮기면 법을 믿었던 비정규직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전 정권이 만들었어도 법은 법이다. 그 법의 문제점과 부작용이 커 바꿔야 한다면 충분한 노력이 수반됐어야 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사교육 대책을 둘러싼 잡음은 실망감만 안겼다. 확정되지도 않는 방안이 중구난방으로 터져나오고 집안싸움까지 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혼란은 전 정권이 만든 정책을 바꾸려 하거나 바꾼 결과로 나오는 후유증들이다. 단순히 시계방향을 반대로 돌리는 게 아니라 예전보다 더 좋은 정책이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책이라는 믿음이 뒤따라야 한다. 명확한 진단과 처방은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래야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불만은 있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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