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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갑니다. 하이…롤!” 지난 25일 오전 인천 만석부두의 한 공터. 촬영시작을 알리는 감독의 목소리에 온 몸에 피범벅을 한 괴기스런 모습의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한다. 진지한 배우들과 이것저것 지시하는 감독의 모습이 어느 촬영장과 다르지 않지만 웬일인지 커다란 카메라와 모니터 화면은 찾을 수 없다. 대신 배우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촬영감독이 클릭을 하고 있는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최근 출시된 아이폰4를 이용해 단편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6일부터 31일까지 ‘아이폰4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다. 인터넷 홈페이지(iphone4filmfestival.co.kr)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공개될 이번 행사는 촬영부터 편집까지 아이폰4만을 이용해 만든 영화들로 이루어진다. 이번 행사는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찍어보자는 한 제작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있는 아이폰4를 이용해 영화를 찍어보자는 제안에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마더’, ‘태극기 휘날리며’의 홍경표 촬영감독, 서태지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온 홍원기 감독 등 12명의 감독이 선뜻 응했다. 각각의 작품은 1,000만원 안팎의 제작비로 제작되는 3~5분 분량의 단편 영화로 내달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와 초단편영화제 등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만석부두에서 촬영된 영화는 10여년 동안 뮤직비디오를 찍어온 홍원기 감독의 첫 번째 단편영화였다. 홍 감독은 “늘 상업적인 영상을 찍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비상업적인,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찍어보고 싶었다”며 “스마트폰으로도 액션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촬영이 좀 더 어려운 소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아이폰3의 출시 이후부터 스마트폰의 촬영 기능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드라마 등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활용방법에 능통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진행된 스마트폰 촬영에 익숙지 않아 크고 작은 사건도 벌어졌다. 스텝들이 촬영 대기중인 아이폰4를 보지 못하고 앞에 놓아둔 소품을 치워버리거나 촬영 중 에러가 발생해서 촬영이 중단되는 일도 생겼다. 홍 감독은 “스마트폰 촬영이 다들 익숙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기동성이 좋다는 것과 배우들이 카메라 의식을 덜하게 된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스마트폰 촬영은 ‘어플리케이션’ 활용이 필수”라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의 김형민 프로듀서는“시장에 새로운 채널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영화제를 기획했다”며 “보통 영화감독들은 3년에 한 편 꼴로 영화를 제작하는데 스마트폰 촬영이 감독들이나 대중들 모두에게 영화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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