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휘청거리던 일본의 대표 반도체 업체들이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증가에 힘입어 2년 만에 증설투자에 나선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증산을 위해 최대 300억엔(약 3,377억원)을 들여 미에현 공장에 최첨단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계 3위 업체인 엘피다도 대만 자회사인 렉스칩전자 공장에 대한 증산투자를 단행한다. 엘피다는 지난 4월 월 1만개의 D램 반도체를 생산하던 대만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4만개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바와 엘피다는 삼성전자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도체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도시바는 거듭되는 실적악화 속에 지난해 여름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30% 감축하기도 했으며 엘피다는 지난해 2월 파산해 다음달 중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인수될 예정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수요증대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수요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2.1%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되찾은 일본 업체들은 중국 휴대폰 제조사인 화웨이 등으로부터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올 봄부터 기존 생산설비를 풀가동하기 시작한 데 이어 2년 만에 증산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 업체의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ㆍ4분기에 38.5%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도시바가 32.4%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위지만 3ㆍ4위인 엘피다와 마이크론 간 합병으로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빠른 대응을 주시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