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잘못 알고 있고 3월14일(화이트 데이)은 알아도 3ㆍ1절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기가 막힌 일이다. 역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애국심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시련을 겪은 우리는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역사를 선택해서 배우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2011년부터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해 국사를 배우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를 선택한 비율이 2005년 27.7%에서 올해는 7.1%로 줄었다. 일본이 40%인 것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얼마 전 학교에서 외면받은 우리 역사가 한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의 편지와 역사현장이 방영된 것이다. 안 의사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없다면 학교에서 아무리 많은 지식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모래 위에 집 짓기일 뿐이다.
전 서독 대통령 폰 바이체커는 "과거에 대해 눈 감는 사람은 현재도 보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역사는 과거의 죽은 지식이 아니다. 역사를 알지 못하면 지금을 이해할 수 없고 미래도 준비할 수 없다.
역사의식과 인문학적 소양은 창조의 뿌리이고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샘이다.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은 자연만이 아니다. 선조들의 지혜도 함께 물려줘야 한다. 지금 우리가 후대에게 우리 역사를 물려주지 않는다면 후대도 우리의 혼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국사를 초ㆍ중등 교육과정에서 가르치게 하고 수능시험 필수과목으로 하는 교육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공부의 짐을 더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역사만큼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최근에는 교원단체가 한국사 수능과목 필수지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ㆍ여당은 입만 열면 창조경제를 이야기한다. 창조경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인재(人才)로부터 시작된다.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를 키우는 역사교육은 창조경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그 미래는 곧 현실로 다가오게 돼 있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다시 생각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