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된다. 신규 확진자와 격리자가 급감하는 등 일단 큰 고비는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추가 환자 발생 없이 28일을 경과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다. 정부 역시 잠복기 격리자 수용 병원에서 추가 감염을 차단해야 끝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부터는 당면한 메르스 대처뿐 아니라 앞으로의 감염병 방어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적했듯이 "예기치 않은 전염병 발발"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사태로 분명해졌다. 앞으로 어떤 전염병이 발생해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 시스템에는 직접적 방역체계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과 시민사회의 협조를 이끌어낼 제도적 방안들도 함께 담겨야 한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난이 닥칠 경우 재앙적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에서 봤듯 메르스·에볼라 같은 전염병은 언제든지 다시금 우리 사회의 보건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사회가 겪었던 혼선과 혼란을 객관적 입장에서 정리하고 잘잘못을 철저히 복기해야 한다. 다시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우(愚)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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