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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마겟돈, 美 경제 집어삼키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33만여건으로 올들어 최고치

1월 소매판매도 2달 연속 하락 이상 기후에 경제도 잇단 타격


미국 남부와 동북부 지역을 연쇄 강타한 겨울폭풍이 미 경기 회복세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스노마겟돈(snowmaggedon)'에 올 1~2월 고용·소비·부동산 등 미 경기지표가 일제히 이상신호를 보이며 미국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표 부진은 폭설과 혹한 때문만은 아니라며 소프트패치(경기 회복 국면의 일시적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미 남부에서 올라온 눈폭풍이 워싱턴DC 등 동북부 지역에 몰아치면서 연방정부가 이번 겨울에만 세 번째로 문을 닫고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눈폭풍을 눈(snow)과 지구 종말 대재앙을 뜻하는 아마겟돈(Amageddon)을 합쳐 '스노마겟돈'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고 30㎝의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면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상원 청문회, 국방부 로버트 워크 부장관과 마이클 매코드 차관 지명에 대한 인준 청문회 등 워싱턴DC의 주요 행사가 줄줄이 연기됐다. 또 연방정부가 비상인력만 제외하고 업무를 중단했고 연방 대법원, 학교 등 공공시설도 문을 닫았다.

교통시설도 마비됐다. 미 동부에서 모두 7,00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버스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미국여행철도공사(암트랙)는 동북부 일대의 열차 운행편도 줄였다. 남부와 동북부에 걸쳐 최소 18명이 목숨을 잃는 등 주민 피해도 속출했다. 동북부 지역의 눈폭풍은 이번 겨울에만 다섯 번째다. 또 중서부와 중부 지역은 최근 3개월간 평균 기온이 지난 1895년 관측 이래 각각 사상 일곱 번째, 열두 번째로 낮은 한파에 시달리는 와중에 겨울가뭄까지 기록하고 있다.

미 대다수 지역이 이상기후를 보이며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3만9,000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소매판매 실적도 전달보다 0.4% 줄면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미 경기 회복도 올 2·4분기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혹한 탓에 가계 난방비가 347억달러나 늘면서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11일 46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4분기 GDP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2%(연율 기준)로 불과 한 달 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혹한이 제품 운송, 제조업 공급망, 소비 등에 전방위로 차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2·4분기 성장률이 2.8%를 기록한 뒤 3·4분기 3.0%, 4·4분기 3.1% 등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성장률도 2.8%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실업률도 1월 6.6%에서 6월 6.5%로 떨어지고 연말에는 6.2%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월가에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지표 부진이 혹한 탓만 하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혹한에 영향을 덜 받는 온라인 쇼핑판매의 경우 1월에 0.6%나 감소하며 전체 소매판매 감소율을 웃돌았다. 또 1월 신규 일자리 수는 11만3,000만개로 시장의 예상치인 18만개를 크게 밑돌았지만 날씨에 민감한 건설 부문 취업자 수는 4만8,000명으로 전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2,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루미스셸러스의 단 푸스 부회장은 "솔직히 날씨가 경제회복을 얼마나 방해했는지 알 수 없다"며 "분명한 점은 최근 지표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 경제의 본격 회복세 여부나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도 날씨가 풀리는 3월에나 가늠할 수 있다는 게 이들 회의론자의 설명이다.

옐런 의장 등 연준 인사들도 "최근 고용부진 등은 날씨 요인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3차 테이퍼링 의사를 거듭 시사하면서도 "3월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충분한 자료를 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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