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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적 행보보다는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집중하려고 합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문재인 후보)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의 첫날인 17일 문 후보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정책 지향의 담백한 행보'로 이른바 '문재인 스타일'을 부각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국민대통합 행보에 주안점을 뒀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차별성 부각 효과도 감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오전8시35분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양복 차림의 검은색 넥타이를 맨 문 후보가 자신의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윤후덕 비서실장과 진선미 대변인, 윤건영 수행보좌관만이 함께한 자리다. 보통 당 대표 등 지도부와 참모진, 지지 의원 등을 모두 대동한 채 현충원을 참배하던 기존 정치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연출이다.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를 지양하는 문 후보 특유의 담백함이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는 평가다. 캠프인 담쟁이캠프 측의 한 인사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같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참배에서 탈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현충탑 헌화를 마친 문 후보는 방명록에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쓴 뒤 제2 참전용사 묘역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이 자리엔 진선미ㆍ윤후덕 의원도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충원 참배를 마친 문 후보는 곧장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계ㆍ노조ㆍ시민사회 단체 간 간담회'가 열린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 빌딩으로 향했다. 통상적인 정치 이벤트인 현충원 참배를 제외하고는 후보로서의 첫 행보인 만큼 '문재인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 행사였다. 정책 위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읽혔다.
이 자리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등 재계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권한대행, 정의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노동계, 청년유니온ㆍ한국비정규직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 등 총 80여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담쟁이캠프 측의 한 핵심의원은 "후보로 선출된 뒤 첫 행보인 만큼 섭외에 신경을 썼다"며 "급하게 연락을 줘 선약을 깨고 참석한 인사도 있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육성 ▦비정규직 축소 ▦청년 고용을 위한 국가 지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눔 등 자신의 일자리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적대적 노사관계에서 협조적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노사의 양보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노사와 노정, 사정 간에 활발한 대화가 돼야 할 것 같고, 전체적으로는 노사정민을 포괄하는 주체들이 모여 일종의 사회계약을 체결하는 단계까지 가야 하고, 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전 행보를 마친 뒤 문 후보는 비공개 일정으로 당 쇄신을 위한 대선기획단 및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에 대해 핵심 참모진과 논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로 전권이 이양된 당의 인적쇄신 등과 관련해 문 후보가 말한 '용광로형 선대위 구성' 여부가 '문재인 리더십의 크기'를 결정하는 만큼 구체적 인선을 두고 숙의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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