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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맛 지킨 태극당 창업주 신창근씨 별세

셈베이·모나카 아이스크림… 어르신부터 젊은층까지 큰 사랑

67년 전통의 태극당 창업주 신창근(사진)씨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과 테이블, 소박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빵이 한결같이 손님을 맞이하는 태극당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빵집으로 현재는 서울 중구 장충동을 비롯, 돈암동ㆍ불광동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한 기분이 드는 태극당 점포에는 옛 기억을 추억하며 방문하는 어르신은 물론 기본에 충실한 맛에 반한 젊은 층까지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다.

15일 유족 등에 따르면 노환으로 별세한 창업주 신씨는 1946년 서울 중구 명동에 '내 자식들에게 먹일 수 있는 빵과 과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태극당' 간판을 처음 내걸었다. 해방 전 일본인 제과점에서 일했던 그는 가게 주인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두고 간 장비와 근무 경험을 활용해 가게를 냈고 '셈베이'라고 불렸던 일본식 과자나 캔디류 제품을 팔았다. 제품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당시 태극당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주크박스가 설치돼 있어 젊은 남녀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신씨는 제과점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우유나 계란 등 질 높은 원료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 낙농업에도 힘을 쏟았다. 이 같은 행보는 화제를 모았고 1968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그의 농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점포도 계속해서 늘려나가면서 현재 장충동 태극당을 포함해 종로와 혜화동 등 서울 시내에 10여곳의 지점을 냈다. 신씨의 둘째 아들 승열(56)씨는 "당시 태극당은 남녀들이 선을 보는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 중 하나였다"며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도 이곳에서 선을 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사업이 커지면서 신씨는 1970년대 후반 서울 강남에 제빵공장을 세우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그는 프랜차이즈로는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직영체제를 고집했다.



후발주자들은 이 틈을 노렸다. 태극당이 확장을 접었던 1980년대 후반 수많은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새로운 빵을 선보이며 치고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오래된 메뉴인 셈베이0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생산을 끝까지 고집했던 태극당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의 빵에 밀려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결국 태극당 지점은 축소를 거듭, 단 세 곳만 남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태극당의 맛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수십 년 전의 맛을 그대로 지키는 태극당의 존재는 이어질 수 있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이고 지인들과 태극당을 찾는다는 이가형(75)씨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매일 사라지는 요즘, 이곳만큼은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며 "손주 녀석에게도 변함없는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의 맛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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