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폭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과 남미에서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어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현재 90만대 수준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200만대까지 늘리기 위해 공장 신설을 단행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도요타는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현지화가 덜 돼 있는데다 중일 영토분쟁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국 시장점유율이 5% 미만까지 떨어졌지만 중장기적으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지난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2조엔(약 20조원)을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폭스바겐의 중국 합작법인 중 하나인 이치(一氣)폭스바겐도 후베이성 우한에 연산 60만대 규모의 제5공장을 곧 착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300만대 수준이던 중국에서의 연간 생산량을 오는 2016년 47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포드도 2015년 말까지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고 르노그룹과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중국에서의 공장 신ㆍ증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전세계 브랜드의 자동차는 2,200만대에 달하며 2021년께 3,0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에서도 생산확대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소형 픽업트럭만 생산해온 멕시코에 소형차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닛산에 이어 혼다가 멕시코 신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아우디와 BMW도 멕시코에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브라질에서도 폭스바겐과 혼다가 공장 신ㆍ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BMW가 2억7,600만달러를 투자해 지은 브라질 1공장은 올해 안으로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증설 속도를 내는 반해 현대·기아차는 '내실경영' 원칙 아래 증설을 자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무리하게 생산시설을 늘리지 말고 수익률 중심의 경영을 하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침에 따라 중국 현대차 4공장 외에는 전세계에서 증설계획이 아직 없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차가 부족해 판매기회를 놓치는 측면도 있지만 대신 할인과 판매장려금 규모를 줄이며 고수익 판매를 하고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관리 효율성을 감안하면 물량확대보다는 내실경영이 맞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차 중국 4공장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4공장 입지를 충칭으로 정했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4공장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 증설이 계속 늦어질 경우 현대·기아차는 수년 뒤 중국에서 수급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에서 현대차나 기아차가 공장을 신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측은 "올해는 추가 신ㆍ증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연간 생산능력은 지난해 756만대에서 올해 786만대로 늘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가 어렵다. 기존 공장 중에서는 가동률이 110%가 넘어선 곳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IHS오토모티브는 2021년까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지금보다 25% 늘어난 1억9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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