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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통부, 무능한가 사악한가
입력2006-05-11 16:51:54
수정
2006.05.11 16:51:54
어른들도 위험한 급류 주변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면 누구의 탓일까.
시장논리로 풀자면 ‘각자의 판단 아래 놀다가 다쳤으므로 아이들의 잘못’으로 돌릴 것이다. 반면 사회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되짚어보면 ‘충분히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어떤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으므로 어른(또는 사회)의 잘못’이라고 추궁하기 십상이다.
유해 콘텐츠에 아이들 중독
경찰이 며칠 전 SK텔레콤ㆍKTFㆍ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성인물 담당자를 비롯해 46개 콘텐츠 제공업자들을 무더기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죄목은 ‘야한 소설(모바일 성인소설)’을 배포한 것(음란물 유포에 대한 공범 혐의). 야한 소설을 제공하면서 이동통신업체들이 벌어들인 돈은 지난 3년간 19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지만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들이 고작 이런 짓까지 하면서 돈을 긁어모아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우리 사회에는 갈수록 파괴본능을 키우는 인터넷 게임이나 육욕을 자극하는 휴대폰 정보서비스에 중독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마뜩잖게 바라보면 일부에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질타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IT산업의 한 갈래를 우리 아이들이 미리 접하는 것이 미래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 와중에 상당수의 아이들이 ‘중독 단계’까지 빠져들며 정신세계를 갉아먹히고 있다는 점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모두에 언급했던 주제로 돌아가보자. 앞서 얘기한 ‘급류’를 인터넷 게임이나 휴대폰 정보서비스(특히 야한 소설 공급 서비스)로 치환시키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 게임이나 휴대폰 정보서비스 모두 ‘심각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이 유혹에 한번 빠져들면 상대적으로 성숙한 사고를 지닌 어른들조차 중독증세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강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선택은 본인의 책임’일 뿐 적당히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치부하면 그만이겠지만 아이들에게 그 정도의 인내나 정신력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더구나 그 중독의 해악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긴긴 인생살이를 위해 지식과 지혜를 키우는 데 열중해야 할 아이들이 한발 두발 인터넷 게임의 세계에 빠져드는 모습은 곁에서 지켜보기에 너무 안쓰럽다. 각각의 가정에서 현재 치르고 있거나 앞으로 치러야 할 가족으로서의 무력감과 정신적 고통, 가정불화의 소식들을 듣는 것도 안타깝다.
이 문제의 해법은 진짜 찾기 힘든가. 완벽하게 없앨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방어벽을 만들어 최소화할 방법은 있지 않을까.
IT산업에 대한 각종 인허가 권한과 통제수단은 현재 정보통신부가 갖고 있다. 만약 정통부가 인터넷 게임이나 휴대폰 정보서비스를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이 문제를 푸는 것이 그리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폭력·선정적 서비스 엄벌해야
과도한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 반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사실이 적발되면 사업권을 취소시키겠다고 공표하거나, 게임 및 정보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연령대를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다면 훨씬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조성될 것이다.
별로 어렵지 않은 수단을 동원하면 될 것 같은데 여전히 팔장 낀 채 방관만 하는 정통부 관료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보통신 정책과 관련 산업을 책임진 정통부 관료들에게 ‘쓴소리’ 좀 하자.
혹시 여러분들은 이 시각 현재 각각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게임과의 전쟁’ 또는 ‘야한 소설과의 전쟁’을 모르는 것인가.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면 ‘모종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사악한 집단이고, 몰라서 대처하지 못한다면 관료로서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아둔한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식을 기르는 가정에서는 정통부 관료 여러분들을 둘 중 하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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