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과거사 문제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양국 간 최대 외교 현안으로 꼽힌다.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여부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 의해 해결됐다고 볼 수 없으며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에 의해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이미 해결이 완료됐다고 간주한다.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규명하지 못한 채 불완전하게 봉합된 한일협정이 과거사 분쟁의 씨앗이 된 셈이다. 일본은 또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담화(고노 담화)를 발표해 인도적 차원에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며 '아시아평화기금'을 설립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 4월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에 돌입, 올 6월까지 8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3일 방한한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고령인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면 사실상 지금이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혀 일본과의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 제안한 일명 '사사에안(案)'은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양국 정부의 협상도 사사에안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사에안의 핵심은 △일본 총리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에게 사과편지 전달 △국가 예산이 들어간 위로금 전달 등 세 가지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법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관철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일대사를 역임한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연구센터 소장은 "양국 지도자가 결단만 하면 조만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올해 하반기에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는 것이 양국관계의 가장 바람직한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일본학연구소장)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노 담화 등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가 고노 담화 내용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과를 한다면 이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 지급을 놓고 그것이 '배상'인지 '위로금'인지 '지원금'인지 논란이 많지만 '사죄금'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이고 일본 정부의 책임 부분도 '법적 책임'이냐 '도의적 책임'이냐 운운할 필요 없이 '역사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제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요구한 해결 방안을 양국 정부가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은 일본 정부 및 일본군이 군 위안소를 설치·관리했다는 점,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점 등을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양국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지지하는 안이기도 하다.
6월 세종연구소·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발표된 '한일 미래 50년을 위한 제언'에서는 "양국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고노 담화에 기초해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역사인식 문제로 인한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밝히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제도적 기구(가칭 한일미래재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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