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등 5대 농정과제를 제시했다. 정책을 시행하면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다 보면 숫자의 마력에 현혹되기 쉽다. 유통 혁신은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자는 취지이지만 벌써 이름만 직거래인 직거래 장터가 생겨나고 있다. 농업은 기상 변수도 크게 작용하지만 정책 대상자인 농업인의 고령화와 영세 소농구조는 정책의 한계로 작용한다. 신농정의 알찬 결실을 위해서 공감해야 할 부분이 있다.
농업은 단기성과에 집착하면 안돼
농업 고유의 특성에 대한 공감대를 더 넓혀야 한다. 장ㆍ단기 정책계획에 따라 추진되겠지만 단기 성과를 내는 데에 조급해서는 안 된다. 우리 농업인의 44%가 경작하는 벼농사는 지금 모내기를 하면 가을에 추수하게 된다. 쌀ㆍ보리ㆍ두류ㆍ서류ㆍ양파와 마늘 등 대개 일년 농사다. 과수는 묘목을 심고 적어도 2~3년이 지나야 열매를 딸 수 있어 지금 식재하면 이 정부가 바뀐 후에야 본격적인 수확이 가능하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이 지속 추진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 작목이나 유통 수요를 잘못 계산하면 실패는 뻔한 일이다. 그래서 농업 현장 출신 전직 장관이 정책실명제를 추진했지만 제도화엔 실패했다. '하늘이 농사의 절반을 짓고 농사는 일년 농사'란 옛말이 아직도 통한다. 농업적 시각으로 보지 않고 수치에 현혹되면 성과를 그르칠 수 있다.
농과계 졸업생들이 농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농업의 정보기술(IT)융합비즈니스를 통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ITㆍ바이오(BT)ㆍ환경에너지(ET)ㆍ나노(NT)ㆍ문화(CT)를 접목할 인재가 필요하다. 매년 1만명 이상이 농고와 농대를 졸업하지만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세계 농식품산업에서 포장ㆍ유통ㆍ가공ㆍ외식ㆍ서비스업 등 전방산업의 규모는 자동차와 IT를 능가하고 종묘ㆍ농기계ㆍ농업정보 등 후방산업 또한 잠재력이 무한하다.
이것이 농업의 6차 산업화를 통한 창조경제를 추진해나갈 인력의 육성과 투자 지원이 지속돼야 할 이유다. 또한 2013년까지 쌀 전업농 7만호, 원예 선도농 11만호, 축산농 2만호 등 20만호를 육성한다는 정예인력 육성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농업교육 체계도 정비돼야 한다. 교육 기회는 많을수록 좋겠지만 내용이 중복된다면 때론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농업인별 교육 이력을 관리하고 교육 수준도 차별화해나가야 한다.
인력육성과 투자 지속적 추진해야
농업정책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농업은 실패하면 접어버릴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혜안처럼 누군가는 또 일으켜야 하는 기초산업이자 생명산업이다. 물론 투자된 예산이 공산품처럼 금방 상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밑 빠진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것처럼 때가 되면 투자한 예산이 먹을거리가 돼 식탁에 올라온다. 지금은 농업의 부가가치와 친환경 안전농산물 생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농촌은 지난 1960년대 고리채 문제 해결과 1970년대 녹색혁명의 성공을 지속적 지원으로 이뤄냈다. 아울러 지난 정부의 탄소제로 마을과 한식 세계화 사업 등도 지속 추진됐으면 한다.
농촌의 활력이 떨어진 일본은 젊은 농업인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45세 미만의 신규 취농자에게 연간 150만엔, 부부의 경우에는 50%가 가산된 한화 약 3,150만원을 7년간 지급하기로 하는 정책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재정이 어려운 우리로선 우선 신농정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도해나가고 평가는 5년 후에 받는다는 안목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알찬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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