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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야드 파5의 15번홀. 그린 앞쪽 해저드 방향으로 가파르게 경사져 있는 이곳에서 그가 3번째 샷을 한 볼이 그린에 맞고 백 스핀이 걸려 굴러내렸다. 그린 양 옆에 높게 세워져 있는 관람석의 골프 팬들이 입을 모아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볼이 경사면에 멈췄다. "20년 넘게 마스터스를 관람했지만 저곳에 볼이 선 것은 처음 본다." 오거스타 주민이라는 한 패트런(Patronㆍ마스터스 관람객)은 "오거스타의 신이 그를 보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보호 받은 그는 남아공의 트레버 이멜만이었다. 이멜만은 한바탕 비바람이 휩쓸고 지나가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이곳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45야드)에서 이틀 연속 단독 선두를 유지, 2008마스터스토너먼트 우승을 노리게 됐다. 8언더파 단독 선두로 13일 새벽(한국시간) 3라운드에 나섰던 그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더 줄여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전날 공동 선두였던 브랜트 스네디커(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가 됐다. 이멜만이 단독 선두를 유지한 것은 15번 홀이 결정적이었다.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상승세를 타다가 15번홀에서 해저드 벌타를 받을 위기를 맞았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정을 찾은 그는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남은 라운드 선전도 다졌다. 이로써 그는 메이저 첫 승과 2006년 웨스턴 오픈 이후 2년 만의 승수 추가를 노리게 됐다. 추격 중인 2위 스네디커와 8언더파 3위 스티브 플레시, 7언더파 4위 폴 케이시가 모두 메이저 경기 우승이 없어 최종일 경쟁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가 단독 5위로 치솟아 오른 것이 부담이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낚아 합계 5언더파 5위까지 뛰어오른 우즈는 "이곳은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이라며 막판 역전 의지를 내비쳤다. 우즈는 선두와 타수 차는 6타나 나지만 자신 앞에 있는 4명 모두 메이저 우승 경험이 없다는 데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그는 "이멜만이나 스네디커 모두 파5에서 2온할 수 있는 장타자"라면서도 "바람이나 코스 컨디션에 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며 내가 우승하고 싶다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거듭 의욕을 내비쳤다. 지난해 우승자인 잭 존슨이 필 미켈슨, 이안 폴터, 레티프 구센 등과 2언더파 공동 7위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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