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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병합 무효" 日 지식인들의 역사 바로잡기

■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br>(미야지마 히로시ㆍ와다 하루키ㆍ조경달 등 지음, 열린책들 펴냄)<br>日 동아시아 중심론 등 비뚤어진 역사관 비판<br>국가적인 인식전환 요구, 동학군 말살 전말도 공개


1906년 초대통감으로 서울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아래 사진)와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직후 덕수궁 석조전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일본의 군부.


일본 교토(京都) 인근 카미타카노(上高野)에는 1910년에 한국병합을 기념해 세운 커다란 석비가 있다. 석비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한국이 병합됐음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이 비를 세운다. 위기의 시대를 맞아 한국황제는 국토를 메이지 천황에게 바쳤다. 천황께서는 동양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이것을 받아들였고 한국은 일본의 영토가 되었다. 싸우지 않고 영토를 넓힌 것은 천황의 인덕에 의한 것이다. 이와 같이 위대한 업적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 병합'을 둘러싼 이런 시각차는 한ㆍ일 양국에서 여전히 논쟁적인 이슈다. 한국 침략에 대한 시각부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은 여전히 미해결과제로 남아있고 일본 우익 인사들의 돌발 행동도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 한국병합을 말하다'는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재조명하는'한국병합'의 의미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지난해 일본 이와나미서점 학술지 '사상'(思想)'에 '한국 병합 100년을 묻다'라는 주제로 특집호를 꾸미고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한 내용을 토대로 엮은 것이다.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는 한국병합 문제에 대해 일본내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100년 동안에도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 병합을 단순히 일본과 한국의 근대사 문제로 다루지 말고 동아시아 전체를 새 시각에서 다루기 위한 장으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그는 한국병합이 낙후된 조선을 근대화시키기는 계기가 됐다는 일본의 침략론에 대해 일본이'동아시아의 중심'이라는 잘못된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하며 일본 스스로 '동아시아 주변부로서 일본사'라는 시각에서 새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일본에서 한국 병합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리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는 한국병합은 대한제국 황제와 조선민족의 의사에 반해 무력으로 강제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인식전환을 위해 한국병합에 관한 문제를 국가적 합의(national consensus)로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는'병합이 애초부터 무효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일본이 보여줄 태도라고 말한다. 이노우에 가츠오(井上勝生)는 일본 학계는 물론 한국 학계에도 잘 알려지지 않고 은폐돼 있던 청ㆍ일 전쟁 당시 일본 정부가 내린 동학 농민군 섬멸 작전의 전말도 공개한다. 그는 신식 소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이 대본영의 명령에 따라 동학 농민군을 전원 살육한 당시 작전을 통해 한국 병합 직전 일본 정부와 군부의 비인도적인 속성을 제기한다. 그간 일본의 자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일본내 비판적 인사들의 연구 활동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한국강제병합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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